미래를 여는 도시락

등록일 : 2019-08-26

새벽마다 결식 아동들을 위해 영양을 골고루 갖춘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고 나르는 손길이 있습니다. 전국 29곳에서 일하는 ‘행복도시락 센터’의 이야기입니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의 윤일형 사무국장에게 32만 결식 아동을 위한 건강한 밥 한끼에 담긴 노력과 고민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옆문이 열린 배달차량 옆으로 한 남성(윤일형 사무국장)이 배달가방을 들고 서있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만드는 도시락 

국내 결식 우려 아동의 인구는 무려 32만명(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나의 풍요로 인해 타인의 빈곤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수치입니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행복도시락)은 결식 우려 아동에게 10년 여 동안 지속적으로 도시락을 제공해온 국내 최대 사회적 기업 중 한 곳입니다.(‘사회적경제기업’으로 수정 필요/인증받지 않은 곳은 사회적기업 명칭사용 금지임.) 윤일형 사무국장이 이곳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행복도시락이 설립되던 해였습니다.

“행복도시락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결식 이웃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민간이 힘을 합친 사업 모델로 출발했습니다. 2006년 SK의 지원으로 인프라를 갖추고 운영을 시작했고,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인건비를 지원해주었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다양한 경영 지원으로 도움을 주었고요. 그 결과, 2019년 현재 모든 센터가 자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복도시락은 현재 29개의 센터(조합원 27개+비조합원 2개)에서 총 380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손길을 통해 한해 동안 총 350만식, 일일 1만2000식(2018년 기준)이 결식 이웃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한 남성(윤일형 사무국장)이 위생모, 방진복, 마스크를 끼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다. 주변에 2명의 여성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까만색 용기에 반찬 4종(깍두기, 채소, 김치, 알아보기 어려운 반찬 1개)이 담겨져있고, 동일한 용기 여럿이 주변에 놓여져있다.

 

 

편의점 음식 VS 행복도시락 

행복도시락의 지원 대상은 지역 사회의 추천, 주민센터의 현장확인 등을 통해 기초자치단체가 선정합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아동은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 형태의 급식을 집으로 배송 받습니다. 이러한 도시락 지원이 다른 급식 지원 방식과 차별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결식 우려 아동은 전자카드 형태로 급식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먹는 메뉴는 김밥, 주먹밥 같은 편의점 음식들이죠. 하지만 이런 음식은 성장기 아동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고 당과 지방이 과다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행복도시락은 균형잡힌 식단으로 당일 조리하고 당일 배송하기 때문에 영양적 측면은 물론 신선도와 위생안전성 면에서도 질 높은 한끼를 제공합니다. 도시락과 전자카드 중 지원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서울지역의 센터들을 살펴보면, 2~3년간 꾸준히 행복도시락을 먹는 아동이 꽤 많다며 이는 행복도시락에 대한 만족도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라고 윤일형 사무국장은 설명합니다. 

“행복도시락은 건강한 식단 구성과 메뉴 개발에 항상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 아동들이 충분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를 할 수 있도록 초, 중, 고교 학생들의 성장기 별로 필요한 영양 성분을 반영한 식단을 짜고,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조리합니다.”

 

건강한 밥상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행복도시락 29개 센터의 운영을 지원하는 윤일형 사무국장은 행복도시락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결식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함께 결식우려 아동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가 많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지역별 급식 지원의 편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결식 아동은 5~6천원대의 급식을 지원받지만, 지자체의 예산이 부족한 지역의 아동은 4천원대의 급식을 제공받거나 방학이나 주말에만 급식을 지원받는 등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결식 우려 아동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어디에 살든지 배고파도 되는 아이는 없습니다.”

더불어 취약계층 아니지만 부모가 부양을 기피하거나 이혼 등 문제로 방치된 아동, 아침을 제공받지 못하는 아동 등 결식이나 영양 불균형이 우려되는 아동들의 상황들이 다양해진만큼 더 세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윤일형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결식 우려 아동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식뿐 아니라 식생활 교육 지원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영양 균형 잡힌 급식을 제공해도 아이가 스스로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건강하고 따뜻한 밥 한끼를 차려주는 것도, 건강한 식습관을 키워주는 것도 이 사회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행복도시락과 함께 결식 우려 아동 대상 급식 지원 캠페인, 아이 스스로 균형잡힌 식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도시락과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행복도시락의 손길이 행복얼라이언스와 더불어 사회 곳곳에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윤일형 사무국장 Q&A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행복도시락 서울서부지점에서 윤일형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도시락을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길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누구 한 사람 여유 부리는 이가 없었습니다. 업무 시스템과 분위기를 통해 행복도시락이 10년 여 동안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성장한 이유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도시락의 시작을 경험하고 현재를 함께 하는 윤일형 사무국장에게 이 특별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 물었습니다.

 

한 남성(윤일형 사무국장)이 책상에 양손을 책상에 올린채 앉아있다. 그 옆으로 까만색 용기에 담긴 도시락과 갈색 도시락 용기가 놓여져있다.

 

 

행복도시락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행복도시락 센터들이 잘 운영되고 성장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 지원과 교육 사업, 식자재 공동구매 사업 관련 업무 등을 합니다.   

 

사무국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행복도시락 설립 초기에 생겼던 30개의 센터 중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부분이 살아남았습니다. 영리 기업도 생존하기 어려운데 공공 급식 사업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성장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도시락의 경제적 자립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요?

외부지원 없이 모든 센터들이 자립 운영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도시락 유료 사업을 병행하면서 추가 수익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더 바빠진 업무를 감내한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행복도시락은 각 센터들의 조리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행복도시락은 설립 초기부터 운영매뉴얼을 수립하고 준수해왔습니다. 그 안에는 음식을 조리하고 배송하기까지, 전 단계에 걸친 기준이 포함돼 있는데, 지금은 설립 초기보다 기준이 훨씬 강화되었습니다. 조합 차원에서 불시에 방문해 위생 점검과 위생 교육, 영양 분석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패널티 또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관리하기도 합니다.   

 

행복도시락 사업에 행복얼라이언스는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요?

행복얼라이언스는 정부의 지원이미치지 못하는 아동을 찾아 행복도시락을 지원해주는 ‘결식 우려 아동 급식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비타민 엔젤스의 영양제라든가 라이언코리아의 손세정제처럼 아동의 건강한 식습관과 위생을 위한 자원들을 연결해주고, 도시락센터가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SK네트웍스를 통해 배송 차량서비스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여러 멤버사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결식 지원 사업 저변을 확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결식우려아동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할까요?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급식 지원 편차가 큽니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의 어린이들의 경우 더 낮은 단가의 급식을 먹고, 더 짧은 기간 동안만 급식을 제공받습니다. 중앙정부에서 결식아동 지원 예산을 일부 부담해 지역에 따라 아이들의 급식 환경 및 질적 편차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